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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숨터물방울을 띄우며
-열린 관계1) 속에서 삶의 주체로 우뚝 서는 청소년-

물방울은 생명의 순환구조 속에서 생태계 곳곳을 방울져 흐르며 생명의 기운을 전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생명의 에너지를 품은 하나하나의 물방울로 세상에 왔습니다.

일찍이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2)를 "어른보다 새로운 사람"이라고 하였습니다. 그저 ‘어린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사람’인 것입니다. 저마다의 모습으로 세상을 새롭게 할 에너지를 품고 세상에 온 ‘새로운 사람’, 그들이 <물방울>이 생각하는 우리 아이들입니다.

물방울에 담긴 생명의 순환구조와 아이들에 대한 이러한 인식을 토대로 <물방울>은 (1) 청소년과 (2) 교육3)을 사회의 선순환 구조를 이루어가는 출발점으로 삼고자 합니다. 각자의 모습대로 품은 아이들의 생명의 에너지, 아이들의 숨이 우리 사회에 온전히 스며들 수 있는 교육구조를 이룰 때 우리는 모두가 자기 숨으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물방울처럼 늘 새롭게 형성해갈 수 있을 것입니다.

<물방울>은 저마다의 생명의 에너지, 자기의 숨을 품고 세상에 온 청소년들이 자기 삶의 주체가 되어 자신과 타 존재들을 존중하며 충만하게 살아가는 데 힘이 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한 물방울의 기본 실천방향은 청소년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 제반 환경과 의식을 개선하고 새롭게 일구어 나가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인권은 일정한 자격을 갖춰야 주어지는 권리가 아니라,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면서 갖게 되는 권리로서, 누구나 인간답게 살 자격을 갖고 태어난다는 보편적 상식으로부터 출발합니다.

갈수록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는 세상 속에서 대립과 충돌의 구조 또한 복잡해지고, 그만큼 권리 주장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상식이라는 보편적인 개념으로서의 인권과, 다양한 삶의 영역에서 상호불가분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통합적인 개념으로서의 인권을 이해하고 사회문화와 구조의 기본 토대로 삼아 실천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인권의 기본 감수성은 상호존중과 호혜의 정신, 공감 역량을 바탕으로 타 존재들과 열린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발현됩니다. 이 가치들이 사회 안에서 모든 관계의 기본이 되도록, 사회 모든 영역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조를 형성해야 합니다.

청소년의 인권 또한 모든 청소년이 자기 삶의 주체로, 자기 숨으로 살 수 있는 사회 실천 구조를 통해 구체화될 때 온전히 실현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 공동체 안에서 모든 청소년을 사회가 함께 돌봐야 하는4) '우리의 아이'5)요, 어린 사람·미숙한 사람이 아닌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인식한다면 못할 것도 없는 이 일을 아직 우리는 잘 이루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은, 지구적으로도 지역적으로도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생태의 흐름이 막히고 삶의 격차가 지속적으로 심화되면서 각 계층과 지역간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코로나19 팬데믹까지 발생하면서 아이들의 학력도 중간층이 현저하게 줄어드는 등 다양한 영역에서 격차가 더욱 심화·확대되고 있습니다. 상식으로서의 인권이 사회 모든 영역에서 우선적 실천 가치로 자리잡고 실현된다면 사회생태의 에너지 흐름이 사회 전체에 고루 순환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사회 안에서 청소년의 인권 또한 온전히 구현되고, 청소년이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지속가능한 사회의 한 축을 견인해가는 명실상부한 현재이자 ‘사회의 미래’가 될 것입니다.

청소년을 자기 주체적인 존재, 인권의 주체로 보기보다는 미숙하고 예속되어 있는 존재, 인권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직 우리 사회의 대체적 시각이며 우리 청소년들이 처한 현실입니다. 한편 교육은 청소년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사회의 주요 영역으로서 그 사회의 건강한 선순환 구조를 이루어가는 초석이 되어야 하지만, 지금 우리의 교육은 입시와 이기적 경쟁의 장으로 전락하면서 불평등 구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 청소년들은 저마다 품고 온 생명의 에너지를 억압당한 채 자기 삶의 주체로, 자기 숨으로 살아갈 권리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육을 통해 열린 마음과 눈으로 세상과 관계해 나가는 법을 배우고, 자기 삶의 영역을 다양하고 폭넓은 가능성으로 확장시켜 가야 할 우리 아이들이 오히려 교육과 얽혀 있는 억압의 악순환 구조에 갇혀 있습니다.

청소년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모든 교육은 사회의 여타 구조들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상호 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교육은 그 포괄적 의미에서 볼 때 이 고리의 상호작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그러한 만큼 불평등한 교육은 이 순환을 불의한 구조로 만들어가게 됩니다. 평등하고 정의롭고 다양한 교육구조를 이루어야 아이들의 환경이 선순환 구조로 형성되고, 그 안에서 우리 아이들이 자기 삶의 주체이자 공동체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성장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청소년을 존엄한 인간 존재로서 올바로 이해하고 올바로 관계 맺는 일은 불의한 구조를 생산하는 교육구조와 사회구조를 바로잡는 단초가 될 것입니다.

<물방울>은 2002년 유엔에서 개최된 ‘아동포럼’에서 18세 미만의 세계 아이들이 발표한 성명서, “아이들에게 꼭 맞는 세상(A World Fit for Children)”에서 “아이들에게 꼭 맞는 세상이 모든 사람에게도 맞는 세상”이라고 한 선언에 깊이 공감합니다. 모든 인간 존재는 동등한 존엄성과 인권을 갖고 있지만, 인권은 생애 주기에서의 특별한 위치나 관계, 상황 속에서 상대적으로 놓일 수 있는 약자의 위치에 우선권을 부여함으로써 권리의 균형을 꾀하는 사회의 근본 실천 가치입니다. ‘아이들에게 꼭 맞는 세상’이 모든 이에게도 맞는 세상이 될 수 있는 것은, 약자의 권리를 돌보고 지키는 사회에서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인간답게 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세상에서 성장한 청소년들이 어른이 되어 새로운 생명의 에너지를 품고 오는 아이들과 더불어 “아이들에게 꼭 맞는 세상”을 이어가는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진다면, 청소년이 자기 숨을 억압당하지 않고 바로 서는 과정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의 세상이 바로 서게 될 것입니다.

<물방울>은 우리 아이들이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의식을 바탕으로, 청소년을 비롯하여 뜻을 함께 하는 모든 연대방울들과 더불어 청소년의 인권이 바로 서는 세상을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끊임없이 방울져 떨어지고 흘러, 때로는 바위를 뚫고 때로는 수풀과 돌멩이와 바위를 돌아 흐르며 “아이들에게 꼭 맞는 세상”에 이를 수 있도록 함께 방울져 갈 것입니다. 그 세상에서는 청소년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지속가능한 생태 환경 안에서 제 모습대로 존중받으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며, 그 안에서 끊임없이 생겨날 새로운 방울들이 이 순환을 이어갈 것입니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그 세상은 그저 바람이나 꿈이 아닌, 우리가 인간다운 인간 존재로 살기 위해 오롯이 이르러야 할 세상일 것입니다.


1) 여기서는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하는 인간 이해와 사회의식, 생태관으로부터 형성되는 관계를 의미함.
2) 16세까지를 어린이로 보았음.
3) 교육의 주체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자기 안에 내재된 것들을 스스로 이끌어내도록 돕는 행위'로서 의 교육을 의미함.
4)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1966) 제24조 제1항 '아동의 특별한 지위로 인해 요구되는 보호조치를 받을 권리'로서, 돌봄에서의 주체는 어른이 아니라 아동이다. 즉 아동은 권리의 주체이고 국가와 사회, 어른들은 책임과 의무의 주체이다 (여기서 아동이라 함은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 규정하는 만 18세 미만의 사람을 말한다).
5) 「유엔아동권리협약」(1989) 전문 참조.